로스와 베를라헤
장식의 거부와 구조적 합리성으로의 전환

1. 아돌프 로스: 장식 비판과 근대적 사고
아돌프 로스(Adolf Loos, 1870~1933)는 동시대 빈의 건축가들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인물이다. 그는 장인의 가정에서 태어나 실용적 감각과 직업의식이 강한 환경에서 성장했으며, 이러한 배경은 그의 건축관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
로스는 드레스덴 공과대학을 마친 후 1890년대 중반까지 영국과 미국을 여행하며 다양한 도시와 산업 환경을 경험하였다. 특히 1893년 시카고 박람회에서 접한 산업기술과 대량생산 체계는 그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그는 유럽 건축이 과거 양식에 얽매여 있지만, 미국은 실용성과 기술 중심의 새로운 문명을 구축하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그의 사상으로 이어졌다. 로스는 장식이 건축의 본질과 무관한 요소라고 보았으며, 오히려 불필요한 장식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그의 대표적인 글인 「장식과 죄악」(1908)은 이러한 입장을 명확히 드러낸다.
그는 예술과 건축을 구분하였다. 예술은 인간의 감정과 표현을 위한 것이지만, 주거는 인간에게 안정과 편안함을 제공해야 하는 실용적 공간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주택은 혁신적 실험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기능적 구조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그는 아르누보 건축가들이 건물뿐만 아니라 가구와 생활용품까지 통합적으로 디자인하려는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였다. 대신 사용자에게 선택의 자유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으며, 이는 당시로서는 매우 선구적인 관점이었다.
이러한 그의 이론은 실제 건축에서도 구현되었다. 장식이 제거된 단순한 외관과 기능 중심의 구성은 이후 근대건축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으며, 그의 작품은 유럽 합리주의 건축의 초기 사례로 평가된다.
2. 헨드릭 베를라헤: 구조와 정직성의 건축
헨드릭 페트루스 베를라헤(Hendrick Petrus Berlage, 1856~1934)는 네덜란드 근대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구조적 합리성과 재료의 정직성을 강조한 인물이다.
그는 취리히 공과대학에서 수학한 뒤 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건축적 경험을 쌓았고, 이후 암스테르담에 정착하여 활동하였다. 그의 대표작인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1899~1903)는 그의 건축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건물은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의 영향을 받았지만, 단순한 양식 모방이 아니라 구조를 중심으로 재해석된 형태를 보여준다. 장식은 최소화되었으며, 구조적 요소들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설계되었다. 예를 들어, 벽돌 구조와 내부 트러스 구조는 숨겨지지 않고 그대로 표현되어 건축의 논리를 명확히 드러낸다.
또한 건물 내부는 기능에 따라 명확히 구성되었으며, 대형 홀과 연결된 공간들은 실제 사용성을 중심으로 계획되었다. 외부 역시 스터코 마감이 아닌 노출 벽돌을 사용함으로써 재료의 본질을 드러내는 태도를 보였다.
베를라헤는 철과 유리 사용에는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구조적 질서와 공간 구성에 있어서는 매우 근대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그의 작업은 전통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그의 건축은 이후 네덜란드 건축뿐 아니라 유럽 전반에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젊은 건축가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명확한 구조와 정직한 표현은 이후 근대건축의 중요한 흐름으로 이어지게 된다.
3. 두 건축가의 공통점과 의의
로스와 베를라헤는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었지만, 공통으로 과거의 장식 중심 건축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보였다.
로스는 장식을 철저히 부정하며 기능 중심의 건축을 주장했지만, 베를라헤는 구조와 재료의 논리를 통해 새로운 건축을 모색하였다. 즉, 한쪽은 ‘장식의 제거’를, 다른 한쪽은 ‘구조의 정직성’을 통해 근대건축으로 나아간 것이다.
이들의 작업은 단순한 양식 변화가 아니라, 건축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 것이며, 이후 20세기 근대건축의 형성에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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